3일 서울 동대문구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의 민원이 1550건 넘게 올라왔다. 청량리역 인근 주거시설 50m 이내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열차를 운행하기 위한 초고압 전력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 외에도 경기 부천 등 GTX가 지나갈 지역들이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GTX는 반기지만 우리 동네에 기피 시설인 변전소는 안 된다’는 것이다.
A노선과 달리 B·C노선 사업시행자가 주거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을 변전소 부지로 낙점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의 152에 변전소가 포함된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했다. 변전소 부지 36m 거리에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 출입문이 있고, 50m 거리에 국공립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과 이용자들은 전자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GTX-C주식회사는 지난해 8월과 9월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여는 등 절차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향권에 있는 아파트 주민은 대부분 공청회 이후 입주했다고 항변했다. 황인규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입주민 대표는 “작년 8월부터 입주한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주민을 비롯해 약 3000가구는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GTX 변전소 관련 주민 설명회가 다시 열렸지만 주민들과 사업시행자 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역 주민들은 “연간 180만 명이 찾는 공원에 이런 혐오시설이 웬 말이냐”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부천시도 “사업시행자가 점용허가를 신청하면 불허하겠다”고 거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 우려와 달리 변전소에서 인체에 영향을 줄 만큼의 전자파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은다. 강성만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은 “GTX든 KTX든 열차를 운행하려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며 “이격거리 등을 지킨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양재동 한국전력 아트센터 앞, 여의도 더현대서울 바로 앞 등 서울 노른자위 땅 지하에도 변전소가 있는데 주변 땅값은 떨어지지 않지 않느냐”며 “잘 운영되는 사례를 시민들과 공유하며 갈등을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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